난 항상 우물 안 개구리였다. 아니, 그보다는 우물 속에서 헤엄치던 모든 개구리들이 벽을 타고 밖을 볼 때 항상 그 자리에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고, 제일 처음 만난 족제비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 다음은 쥐 한 마리, 또 그 다음, 그렇게 친구라는 것이 생겼다. 처음 본 세상은 아름다웠고 나는 원하는 것들...
고양이가 죽어 있었다. 그걸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동생이었다. 엄마가 냉동실에 넣어 둔 고깃덩어리마냥 딴딴하게 얼어 죽어 있었다고 했다. 우린 그것의 죽음을 슬퍼하며 집 근처 땅을 파고 고양이를 묻었다. 언 땅이 잘 파지지 않아 몸의 절반 정도만 파묻고 위에 흙무더기를 뿌렸다. 그것은 마치 잘 들어가지 않는 냉동고 속에 고깃덩어리를 꾸역꾸역 쑤셔넣고 문을...
밥상 다리 한짝이 꼭 부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조만간 테이프를 덧대야 할 것 같았다. 깨진 모서리는 헝겊으로 여러 번 덧댄 흔적이 눈에 띈다. 저걸 감는다고 몇 번이나 손가락을 비었는지 모른다. 그 상처가 여즉 내 오른손에 남아 있었다. 밥상머리 하나 살 돈 없는 주제에 뭘 바라겠느냐만은, 어쨌든 맨 바닥에서 밥을 처먹을 수는 없으니 벌써 상 다리가 부러...
처음 - 남자는 냉장고를 뒤지다가 먹을 만한 음식이 없어 성질을 부림. 딱히 그게 이유라기보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음. 손을 뻗어 더듬거려도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음. 괜히 손 끝에 묻은 김칫국을 옷깃에 벅벅 문지르며 성질을 냄. 시리얼 같은 주변에 놓인 주점부리를 하나 집어 소파로 감. 가는 길에 철창 긁는 소리가 들림 햄스터가 우는 소리도 들림 기분...
개미굴이 탔다. A는 무릎을 끌어안고 썩은 내를 풍기며 타들어 가는 굴속을 들여다본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가 꼭 이듬해 여름 캠프장에서 피웠던 불씨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거기서 타오르던 불길 안에 죽어가던 것은 없었다. 여기서 풍기는 썩은 내는 개미다. 티 나지 못하는 생명이다. A가 고구마를 구웠던 캠프장에서의 불씨와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튀는 모...
그녀가 키우던 개가 죽어 버렸다. 개는 부어 놓은 사료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애먼 생수병만 엎어뜨려 놓고, 거실 바닥이 물바닥이 되면 거기다 주둥이를 처박고 온갖 곳을 들쑤시다 축축해진 꼬락서니로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밤만 되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짖어대느라 저놈에 주둥이를 잡아다 신발끈으로 칭칭 동여매고 싶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침이면 아랫집 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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